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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출신의 프로그래시브락의 거물밴드이다.
아트락이라고 소개된 여타 유럽의 밴드들의 음악에 비해 훨씬 다가가기 쉽다고 개인적으로 느낀다.
그리고 음악이 무척 다양하다.
장중한 연주곡에서부터 잔잔한 발라드와 실험적인 락음악까지 장르를 종잡을 수 없을 정도로 그들의 음악을 듣고 있으면 변화무쌍함에 신선함을 느끼게 된다.
대부분 사람들에게 잘 알려진 Eye in the Sky 노래만 알고 그냥 달달한 노래만 있을 줄 알고 접해봤던 그들의 다른 앨범은 전혀 예상 밖의 음악들이 홍수를 이루었고, 그것은 감사한 발견이었다.
10개의 정규앨범 중 내가 울고 싶을 때 꺼내 드는 2개의 앨범을 소개한다.
Eye in the Sky 앨범과 Ammonia Avenue
이 밴드는 2인 밴드.
Alan Parsons와 Eric Wolfson 두 사람이 1975년에 결성을 한 밴드이고, 앨범 녹음이나 공연에서는 세션과 객원보컬을 쓴다고 한다.
이 두 사람은 이젠 거의 음악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전설이 되어버린 Abby Road 스튜디오에서 우연히 만났다고 한다. 파슨스는 그 당시 비틀즈의 음반과 핑크플로이드 녹음에 참여한 보조 녹음기술자였다고 한다. 파슨스는 전문 음악 엔지니어 및 프로듀서로 일을 하고 있었고, 울프슨은 원래 직업은 변호사이지만 작곡과 피아노 연주를 세션으로 하곤 했다고 한다. 두 사람은 Abby Road studio의 구내식당에서 우연히 만나 이야기를 나누다가 의기투합하여 밴드를 시작하게 된다.
이제 생각해보면 중심은 두 사람이 항상 잡아가지만 보컬도 세션도 수많은 사람이 거쳐갔기에 앨범마다 노래마다 다양함이 묻어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특이하게도 이 밴드는 미국과 유럽 전역에 걸쳐 큰 인기를 얻었으나, 상대적으로 본국인 영국에서는 top을 차지 하지는 못했다고 한다.
매우 영국적인 색깔인데도 불구하고 ….
워낙 유명한 Eye in the sky 앨범부터 본다.
이 앨범 수록된 곡들은 반 정도는 슬프고 반 정도는 전혀 그렇지 않다.
영국의 프로그래시브 밴드가 미국에서 주류로 인정 받는 경우가 흔치 않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 앨범 첫곡이며 연주곡인 Sirius는 미국내 농구, 프로레슬링, 미식축구 등의 경기에서 entrance song으로 쓰일 만큼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곡이라 한다.
실은 이 앨범에서 내가 소개를 하고자 하는 곡은 타이틀곡이 아닌 다른 곡이다.
Old & Wise란 맨 마지막 곡이다.
가장 먼저 관심을 사로잡았던 것은 제목이었는데 말 그대로 나이가 들고 현명해진 것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노래 가사 중에 when I am old & wise…라는 문구가 있는데, 문득 이 노래를 들으며 난 나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나이가 든다고 반드시 현명해 지는 것은 아닌 게 분명하다.
나이가 들수록 현명해 질 수 있으면 훨씬 나이를 먹는 게 덜 힘들지도 모르지만 지금까지의 나이먹음의 과정을 스스로 반성해 보면 나는 그렇지 못했던 것 같다.
그러면서 이 노래의 가사를 들으며 내가 과연 60이 넘은 나이가 들었을 때 (정말 그때까지 살게 된다면 더 슬픈일이다) 현명한 마음으로 과거를 돌아볼 수 있을까에 대한 감정이입을 하며 이 노래를 듣고 함께 할 그리고 함께 하고 있는 외로움 때문에 한없이 눈물이 났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마지막에 쏟아지는 섹소폰의 절규….슬픔의 정점을 찍어줬다.
멜로디와 가사가 마음을 움직이는 그런 노래였다.
그리고 지난 과거를 모두 부정하는 나에게, 현재 눈앞에 있지 않은 존재들을 깡그리 부정하는 나에게 old & wise란 화두는 약간은 두려운 것이라 외로움과 두려움을 동시에 갖게 해주는 그런 노래로 나에게 다가왔다.
그러면서 잔인하게 나 자신을 후벼팔 수 있는 노래로 자리매김 하여 울고싶을 때 항상 틀어놓는 노래가 되었다.
두번째는 Ammonia Avenue 앨범이다.
이앨범에서 가장 잘 알려진 싱글이 Don’t answer me와 Ammonia Avenue 라고 한다.
Don’t answer me 는 느린 곡이 아닌데도 듣고 있으면 왠지 슬퍼지는 느낌을 피할 수가 없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곡이 마지막 수록곡인 Ammonia avenue인데, 따뜻함보다는 건조함을 품고 있고, 서정적인 슬픔보다는 왠지 처절한 아픔을 느낄 수 있는 그런 아련함이 있는 곡이다.
피아노가 시작을 잔잔하게 하지만 가사는 왠지 무거운 느낌임을 피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좀 찾아보니 산업화와 기계화로 피폐해지는 인간의 감성을 노래했다고 한다.
어떤 공단지역에 우연히 도착하여 보이는 암울함과 눈에 띄는 “Ammonia Avenue”라는 거리 이름에서 영감을 받고 만든 노래라고 한다.
그러고 보면 이 노래의 기저도 외로움과 소외…등을 다룬 것이 아닐까 싶다.
희한한 것은 내용을 몰라도 만든 사람의 느낌이 듣는이에게도 어느정도 전달이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음악을 만국공통어라고 하는지도 모르겠다. 가사도 모르고 만든 배경도 모르면서 들어도 왠지 모를 쓸씀함이 그 음표들의 무리를 통해 내게 전달된다는 것이 신기하게만 느껴졌다.
이유야 어떻게 되었건 일단 음악이 아름답다.
멜로디가 주는 감상과 화려하지 않은 보컬이 전달해주는 쓸쓸함…..Who are we….라는 가사가 귀귀 들어올 때 정말 우리는 누구일까? 이 인간이란 존재는 도대체 어떤 존재일까 라며 혼자서 근원적인 고뇌를 하게 만들어 준다.
그리고 욕심과 탐욕을 위해 아웅다웅 살아가는 사람들 그리고 나…..이런 생각에 미치면 그 어떤 책보다 더 크게 사람에 대한 생각을 스스로 할 기회를 주는 대단한 음악이다.
내가 사람이기 때문에 슬프고, 사람인 것이 슬프고, 사람이어야 해서 슬프고….
여러가지 이유로 눈물을 뽑는 그런 음악이다.
글쎄….위의 Old & Wise는 나 라는 개인에 대한 아픔과 외로움을 생각하게 해준다면 이 Ammonia Avenue는 어쩔 수 없이 지워진 나의 지위로서의 “인간”에 대한 연민을 떠올리게 하는 곡이라고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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